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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이라고 포장해온 안일한 삶

개루프이득 2020. 11. 4. 16:28

(결국은 안일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모든 일에 노오오오오력을 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나는 대학교 입학부터 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모험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사회에서 정한 성공의 기준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소신있게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많아지면서 어쩌면 "도전"하고 있다고 합리화하며 현실과 타협하고 "포장"해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는 이전의 선택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를 하지 않는 편이다. 모든 일로 인해서 실패를 하더라도 배운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어차피 되돌릴 수 없으며,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훨씬 더 좋아졌으리라는 것 역시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때문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내 이전의 선택들에 대해 일종의 아쉬움이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내가 너무 나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살아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사실 중고등학교 때 까지는 그냥 지역 평준화 학교를 진학하면서 어쩌면 내가 입학할 때 졸업한 형의 그늘 안에서 편하게 학교를 다니려고 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성적이 좋았던 형의 동생이라는 것을 학교 선생님들 대부분이 아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확실히 다른 친구들보다는 한참 앞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실 고등학교때까지는 내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나를 훨씬 좋은 첫인상으로 봐줄 수 있는 곳에서 조금 더 앞선 위치에서 시작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입과정을 생각하면 사실 나는 디지스트의 교육 이념에 공감해서 도전을 하러 왔다고 늘 나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왔지만, 사실은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선택지는 디지스트뿐이었다. 남들에게는 나는 무조건 디지스트였어 라고 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고등학교 3년동안 수능도 준비를 해오고 생기부 관리도 해왔지만, 고3 마지막에 디지스트 1차 면접 이후부터 안일해졌고, 조금 더 노력한다면 다른 좋은 결과들도 있을 수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난 디지스트면 충분해 라고 합리화를 하며 그간 준비해온 것들을 끝까지 하지 못 했다.
디지스트에 온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고, 단언컨대 한 번도 디지스트 진학에 대해서는 후회한 적도 없다. 다만, 학생시절 수능만 보면서 몇 년간 준비를 해왔는데 그 유종의 미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어차피 결과는 디지스트를 왔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 내 첫번째 인생의 목표를 끝까지 하지 못하고 아쉽게 끝냈다는 것이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디지스트 학부를 졸업하면서도 카이스트, 서울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나는 도전조차 해보지 않고 학석박 통합과정이라는 학교에서 마련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이 때도 타대를 가면 내가 원하는 연구실을 가기 힘들다, 지금 컨택한 교수님이랑 케미가 너무 좋은 것 같다 등의 논리로 합리화를 시켰지만, 이 역시 내 학부시절 성과를 엄격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피해갔다는 점에 늘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를 보면, 나는 분명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어찌보면 얻기 쉬운 길만을 선택하며 자기합리화를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합리화 하기 쉬운 길이었다. 쉬운 길 외에는 도전도 안 하면서 "난 거기도 갈 수 있었는데 내 신념에 따라 이 길을 선택했어~" 라고 합리화를 해버릴 수 있다.
요즘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하고,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는 이제 진짜로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냥 대학교를 수도권 종합대로 갔으면 그 전공에서 다들 많이 가는 기업으로 별 생각 없이 취직을 하며 또 다시 합리화를 하고 있고, 이런 고민은 하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사과정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내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그리고 큰 어려움 없이 입학한 대학교와 대학원 선택 모두 어쩌면 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피해가는 선택이었다. 이제는 숨을 곳도 없고 신생 학교 2기 졸업자인 만큼 앞에서 끌어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요즘 더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늘 합리화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피해왔던 과거를 뒤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른 선택을 했으면 더 늦을 때 까지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고 더욱 더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
사실 작년에 비록 작은 학회이지만 그래도 국제 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으면서 정말 너무 기뻤고, 그간 도전을 피해왔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쟁력은 갖춰졌구나 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로 작년부터 내 능력을 인정받고 더 많은 도전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LG 유플러스 산학장학생을 써서 직무면접까지 봐 보기도 하고,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에도 지원해보고, 또 다시 LG 유플러스 산학장학생에 지원하여 이번에는 다른 R&D 분야로 1년동안 더 발전한 모습을 증명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 늘 엄마한테 들었던 말이 너는 그냥 이정도면 충분하지 하고 알아서 판단하고 적당히 하고 끝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모습을 버리지는 못 한 것 같고, 이제는 변하고 싶다.

대학원부터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졌고, 이제 어디 숨을 수도 없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동안 늘 자기합리화를 하며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고, 외부의 평가를 받는 것을 피해갔던 나를 반성하면서 이제부터는 가능한 많은 도전들을 하고, 더 많은 실패를 해볼 생각이다. 내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자극을 받아야 연구쪽에서 더욱 더 나를 많이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디지스트에서 박사를 졸업 할 때는 내 분야에서 스스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장착하고 나가면서 디지스트 선택이 그저 흐르는대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디지스트의 교육 이념에 충분히 공감을 했고, 이러한 교육으로도 나가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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