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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즌 홈 마지막 경기 직관일기 (211030 SSG KT, 인천 랜더스필드) - 잘 싸워왔던 시즌, 아쉬운 마무리. 본문

야구 직관 일기

21시즌 홈 마지막 경기 직관일기 (211030 SSG KT, 인천 랜더스필드) - 잘 싸워왔던 시즌, 아쉬운 마무리.

개루프이득 2021. 11. 2. 08:55

올해 여러 악재로 리그 자체의 흥행이나 화재성은 떨어졌지만, 순위싸움은 역대급으로 치열한 시즌이었다. 각 팀별로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경우의 수의 따라 1위를 달리고 있는 KT, 삼성이 3위로 시즌을 마무리 할 수도, 3위의 LG가 1위로 막판 역전극을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5위권 경쟁도 매우 치열했는데, 143경기를 한 시점에서5위인 SSG는 오늘의 결과에 따라 4위가 될 수도, 그리고 6위로 포스트시즌 탈락을 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언제 와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야구장 입구이다. 오늘 경기의 경우, 수도권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백신 2차 접종 완료 후 14일 이상 경과된 자만 30%이내로 입장이 가능했다. 11월 1일 부터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서 백신 접종 완료자 100퍼센트 입장에 좌석에서 음식물 섭취가 가능해졌다는데, 사실 어제 경기를 보니 (와카 1차전) 야구팬들에게는 야구장 치맥보다는 야구장 육성응원이 더 간절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경기이다보니 육성응원을 자제하며 잘 참아오던 팬들이 승부처가 되니 여느 해의 가을야구 같이 열심히 육성응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시즌 마지막 경기일로 랜더스샵 최대 60프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야구 용품이 매우 비싸고 할인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서 사람들이 엄청 몰렸다. 사실 나는 올해 원정 레플레카를 이미 하나 질러서 크게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할인을 하면 랜디 블랙 유니폼이나, 밀리터리 노란색(갈색?) 유니폼을 하나 더 살까 했는데, 저 줄을 다 기다리고 입장해서 마킹까지 하면 이미 경기가 시작할 것 같아서 일단은 포기했다.

홈 마지막 경기 특별 티켓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것도 야무지게 챙기고, 예매한 자리로 갔다. 오늘은 부모님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가게 되어서 4층 SKY탁자석을 예매했다. 1루측 SKY탁자석이었고, 3인석으로 39블럭 A열 5~7번 이었다. 코로나 시국의 이런 탁자석의 장점은 연석이 허용된다는 점 이었다. SKY탁자석의 경우는 사실 가성비 좋기로 워낙 유명한 자리이기 때문에 이번 후기는 경기 내용에 집중해서 써보고자 한다.


사실 시즌 전체로 보면 정말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 할 정도로 잘 싸워준 시즌이었다. 하지만, 그 마무리인 마지막 경기가 너무 아쉬웠다. 후반기 부터 김원형 감독의 경기운영, 지도력에 대해서 계속 팬들 사이에 의문이 제기되었었지만, 나는 그래도 시즌 전 5선발 중 어느 누구도 시즌을 온전히 완주 하지 못한 팀 상황을 고려하면 감독 첫해 치고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경기는 정말 90프로 이상이 감독이 경기를 날렸다고 생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한 줄로 정리하면 SSG와 KT의 경기는 유사 총력전과 진짜 총력전의 대결이었다. SSG는 선발 카드부터 총력을 다해야 하는 경기에 요행을 바랬다. 고졸 루키인 김건우가 선발이었는데, 구위로는 선발이 가능했던 최민준, 이태양, 김건우 중에 가장 앞선다고 할 수 있겠지만, 프로 1년차의 신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팀에서는 김건우가 07년 한국시리즈의 김광현에 빙의하기를 바랬던것 같은데, 마지막 경기에 이런 요행을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차피 김건우도 3이닝 정도의 오프너 역할로 계산을 했을텐데, 그러면 가장 경험이 많고, 안정적으로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을 수 있는 이태양을 선발로 기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김건우는 3타자 상대하면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교체가 되었고, 이 기억은 어린 선수에게 정말 큰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백번 양보해서 투수 구위를 보고 김건우 선발까지는 가능한 경우였다고 봐도, 그 이후의 투수운영이 더 가관이었다. 불안한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대졸 신인인 장지훈이 올라왔고, 다행히도 대량실점 없이 잘 막아줬다.

 

문제는 그 이후 1점차로 끌려가는 상황에서의 투수교체인데, 경기의 중요성을 놓고 보면 여기서 점수가 더 벌어지면 아예 따라가기 힘든 흐름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SSG에는 서진용, 김택형이라는 완벽한 필승조 자원이 대기 중 이었다. 물론, 시즌 중에는 셋업 서진용, 마무리 김택형의 보직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이후 7, 8 ,9회를 고민할 상황이 아니라 당장 한 이닝 한 이닝을 최고의 투수로 틀어막아줘야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벤치에서는 서진용이라는 필승조 투입을 망설였고, 김상수, 김태훈이 차례로 무너지고, 어려운 상황에 올라온 박민호 마저 무너지면서 대량 실점을 하고 승부의 추는 아예 기울어버렸다.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 이후로 올라온 투수들이 선발자원인 최민준, 이태양이었고, 결국 총력을 다해야하는 마지막 경기에 서진용, 김택형은 써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최민준, 이태양이 불펜대기를 하는 상황이었다면, 최민준 이태양의 더블오프너에 뒤에 장지훈, 서진용, 김택형을 이어서 올리는 방식의 경기 운영이었다면 조금 더 팽팽한 경기 흐름을 끌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승부만 해도 5위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더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마지막 경기 투수 운영 : 김건우(0이닝 1피안타 2사사구 2자책) -> 장지훈(4이닝 1피안타 1자책) -> 김상수 (0.1 이닝 2피안타 2자책) -> 김태훈 (0이닝 1피안타 1자책) -> 박민호 (0이닝 2피안타 2자책) -> 최민준 (3.2이닝 4피안타 무실점) -> 이태양 (1이닝 2피안타 무실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투수운영 : 더블 오프너 이태양, 최민준 (4~5이닝) -> 장지훈 -> 서진용 -> 김택형, 상황에 따라서 오원석, 박민호 투입


반면에 KT는 말 그대로 총력전을 했다. 선발 소형준이 내려가고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KT는 10승투수인 고영표를 다음 투수로 올렸다. KT 입장에서는 경기를 크게 앞서고 있고, 다음 날의 타이브레이커까지 생각을 해야 하지만 가장 강력한 선수를 불펜으로 올렸고, 고영표 이후로는 5점차의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올려 경기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게 총력전이라고 생각한다. 총력전이 투수가 안타를 맞을때마다 투수를 바꾸는 것이 총력전이 아니라, 매 상황 뒤를 생각하지 않고 가장 강한 선수를 올리는게 아닌가 싶은데 너무 큰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경기는 정말 아쉽게, 아니 허무하게 끝났지만, 야구장에 먼저 가는 SSG 팬도 없었고, 누구 하나 선수들에게 비판을 하는 팬들도 없었다. 그저 묵묵하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정말 힘든 시즌 고생을 한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SSG 팬들이 정말 성숙하다는 것도 느꼈고, 사실 SSG 팬인 나도 이번 시즌에는 정말로 이번에는 힘들겠다 싶어서 포기를 했던 적이 많았는데,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잇몸으로 버텨오면서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을 위해 경쟁을 해준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SBS 정우영 캐스터의 한마디로 이 글을, SSG 팬의 2021시즌을 정리하고자 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같지만 SSG는 이번 시즌 내내 이렇게 싸워왔습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즌 마지막까지 가을야구의 꿈을 이어가준 SSG 선수들 정말 고생많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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