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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콘서트

[국내 여행] 가야산 등산, 전나무식당

개루프이득 2020. 10. 1. 15:50

코로나 시국때문에 작년말부터 준비하던 학회도 현장발표가 취소되고, 어디 여행가기도 힘든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차를 몰기 시작한지 1달정도 되면서 집 주변에서의 기동력은 조금 생겼고, 이제 차도 조금 익숙해지면서 친구들과 함께 약 50km 정도의 거리인 가야산을 갔다왔다.

길 자체는 국도로 쭉 이어져있어서 운전해서 가기 편했다. (중간에 도로에 로드킬당한 동물들이 조금 있었던 것 빼고는....)

그렇게 무사히 가야산 백운동입구쪽으로 도착을 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 보다 산은 높았다.

가야산의 정상인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크게 해인사에서 올라가는것과 백운동에서 올라가는 것으로 두가지이고, 우리는 백운동에서 만물상 코스로 올라가서 백운동 야영장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갔다. 만물상코스의 경우는 힘든 코스라고 유명하던데 힘들어봤자 얼마나 심하겠어 하는 마음과( 곧 후회했다고 한다...) 경치가 확 트인게 그렇게 좋다고 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만물상코스는 등산객이 진짜 몇 팀 없었고, 중간부터 다른 코스와 합류된 이후부터야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비로소 좀 사람들이 오르는 산 같은 느낌이었다.

문제는 만물상코스가 상상이상으로 길이 험했다ㅠㅠ 나같은 등린이는 올라본 산 중에서 거의 가장 힘든 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등산로에는 이런 고난을 경고라도 하듯이 "심장안전쉼터"가 거의 5~700m마다 하나씩 있었던 것 같다.

땀을 비오듯이 쏟으면서 저 바위산을 넘어가다 보니 다른 코스와 중간 합류지점인 성서제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만 거의 3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사실 만물상만 해도 정상석만 없을 뿐이지 고도 1000m가 넘는, 다른 왠만한 산 정상만한 높이였다.

성서제부터 정상까지는 비교적 길은 좋았지만 정상이 어차피 바위산이다보니 가파른 계단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거의 바닥난 체력으로 영차영차 가야산 정상인 상왕봉에 도착했다. 이 때가 1시 조금 넘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우리빼고 나머지 팀들은 거의 다 정상에서 미리 준비해온 김밥 등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린 사갈까 고민하다 가져온 것은 결국 초코파이뿐.... 그냥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고도가 높은 만큼 정상의 경치는 정말 좋았지만, 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은 사진으로는 그 정상의 경치와 분위기는 절대 못 담아내는 것 같다.



상왕봉 바로 옆에 칠불봉이라는 정상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게 특이한게 두 봉우리사이 거리는 산길로 200m이고, 오히려 메인 봉우리가 아닌 칠불봉이 상왕봉보다 3m 고도가 더 높다.


당연히 칠불봉도 가서 단체사진을 찍고 본격적인 하산준비를 했다.

사실 나는 여기부터가 문제였던 것 같다. 나는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더 잘 못 가기도 하고 아침부터 공복으로 등산을 빡시게 하면서 체력도 거의 바닥난 상황이었다.
등산고인물인 친구가 등산스틱을 빌려줘서 그나마 도움이 되었지만, 다리가 풀린 상태에서 돌산 이었던 만큼 혹시나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운전도 문제가 되니 최대한 천천히천천히 자주 쉬면서 내려갔다.

내려오다 계곡에 누워서 발도 담그면서 발의 피로를 풀고, 정말 오랜만에 이 시간대에 하늘을 봤던 것 같다.
조심하면서 천천히 가는데 친구 한 명이 같이 페이스 맞추면서 기다려줘서 그래도 큰 부상없이 안전하게 잘 내려올 수 있었다.

하산하고나니 딱 4시 반이었다. 등산 시작시간은 대략 오전 9시 반쯤....

갤럭시 워치로 자동측정된 거리는 약 16km 정도 걸은 것으로 나왔다.

힘든 산행을 끝내고 거의 저녁시간인데 다들 쫄쫄 굶고있어서 일단 바로 밥 먹으러 갔다.

근처에 전나무식당이라는 곳을 갔다. 저렴한 가격의 맛집으로 이 주변에서는 꽤 유명한 집 인것 같다.

전형적인 시골식당이고 착하디 착한 가격이었다.
1인 1 칼제비를 시키고 부추전과 호박전을 시켰다.

다들 너무 배고파서... 부추전 이었던 것의 사진이다.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을 깜빡했다. 땡초가 들어가있어서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호박전은 나는 애호박전 밖에 안 먹어봤었는데 여긴 늙은호박전이었다. 친구피셜로는 딱 시골 할머니댁에서 먹는 맛이라고 한다. 그 특유의 호박의 단 맛이 잘 어울려지는 맛 이었다.

메인 메뉴 칼제비, 수제비도 아주 얇게 떠서 맛있었고, 딱 보자마자 찐 고인물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다른 칼국수들과 다르게 파, 감자 외에는 고명도 없고, 맛 역시 과하지 않고 부족함 없는 깔끔한 맛 이었다.

이렇게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기숙사에 친구들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와서 뻗어버렸다. 등산도 힘들지만 초보가 왕복 거의 100km 정도를 운전하는 것 역시 엄청난 피로였던 것 같다.

산을 올라가고 탁 트인 정상의 풍경을 보는 것은 좋지만 늘 하산하는 과정때문에 선뜻 가기 망설여지는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상쾌한 산행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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