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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일까

개루프이득 2020. 12. 28. 15:52

문정부의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정책 중 하나인 전세형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공실"인 국민임대주택 또는 행복주택들을 임대형 주택으로 제공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이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결과적으로는) 비판하는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는 국민임대주택 거주자이고, 우리 지역은 전국에서도 청약 난이도가 가장 낮기로 손에 꼽힐 정도로 예비입주자 모집 없이 늘 거의 모든 반기마다 200세대 이상의 공실이 공급되는 아파트에 거주 중 이며, 같은 단지의 더 넓은 방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새로운 국민임대 입주자 모집 공고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제도는 일정기간 이상 공실로 남아있는 공공임대 주택을 해당 지역 거주자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내가 알기로는 수도권 지역의 폭발적인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한 것으로 아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복지 차원에서 비교적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이 되고 그들에게서 공실이 난 방들을 공급하는 꼴이 되는 것 인데, 수도권에 일정기간 이상 공실로 남아있는 공공임대 주택이 얼마나 있을까? 

https://apply.lh.or.kr/LH/index.html#SIL::CLCC_SIL_0030:1010203

 

LH청약센터

 

apply.lh.or.kr

여기서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어차피 서울, 인천은 공급이 없다. 그나마 경기도는 어느 정도 지역별로 공급이 있긴 한데, 당장 부동산 시장에 큰 의미를 주거나, 진짜 집 없어서 고민인 사람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양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으로, 정책상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을 늘렸다고 홍보하기 위해 엄한 내가 사는 지역 같은 지방의 공실들을 공급유형을 바꿔서 공급하는 정도 밖에 안 되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부터는 내가 왜 이 정책을 비판을 하는지 우리 단지의 예시를 들어 보여주고자 한다.

1. 오히려 계약 가능 기간이 줄었다.

국민임대주택으로 공급이 되어서 입주를 해서 살고 있고, 우리 동네는 항상 미달이 나서 입주 조건이 완화되어 거의 왠만하면 심사를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또한, 국민임대주택이기 때문에 해당 단지의 2015년 첫 입주 이후 30년간 LH에서 관리하는 동안은 2년 단위로 조건만 충족된다면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전세형 임대주택은 최대 계약기간이 원칙적으로 4년이다. 예비자가 없는 경우 2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예비조항이 있지만 이는 불확실하다. 나 같은 경우는 큰 이변이 없으면 2021년부터 딱 4년이면 대학원을 졸업할 시기가 되지만, 일정이 늦어지거나, 졸업 후 바로 취업이나 포닥 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집 계약 기간이 애매하게 뜨게 된다.

결국 우리 동네처럼 원래 미달이 나던 동네는 1인가구의 지원 가능한 면적 제한이 없어졌다는 것 외에는 오히려 계약기간에서 손해뿐인 제도가 된 것이다.

 

2. 비싸도 너무 비싸졌다.

대구 외각인 여기까지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인지 (사실 이것도 뭐 부동산 정책이 원인이지만) 잘 모르겠지만, 공급가가 너무 비싸졌다. 공공주택이 이렇게 갑자기 뛴다고? 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이게 위의 기사처럼 진짜 시세의 70~80%수준인지 모르겠다.

왼쪽 공고문은 올해 5월 12일부터 접수를 받은 국민임대 무순위 입주자 공고의 임대조건이고, 오른쪽 공고문은 이번에 올라온 전세형 임대주택의 임대조건이다.

대구 테크노 2단지 46A를 예시로 비교해보자.

5월 국민임대 기준으로 최대 보증금 전환시 5300만원에 월세 약 11만원이다.

전세형 공급의 경우는 최대 보증금 전환시 1억 2600만원에 월세 약 6.5만원이다.

이를 최대 월세 전환 조건과 비교해보니 전세 1000만원 당 약 2.1만원의 월세가 올라간다는 간단한 비례관계를 가정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약 6500만원을 보증금으로 넣으면 월세가 약 18만원이 된다.

불과 반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에 같은 방이 공급 유형이 바뀌고, 대략적으로 5300/11 -> 6500/18 이 되었다.

이 짧은 기간에 이 지방까지 집값이 이렇게 올랐다면 이 역시 충격적이고, 국민임대에 비해 오히려 정부지원이 더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LH 임대주택들은 정부가 복지차원으로 공급하는 주택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이전보다 정부 지원 비중이 더 줄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3. 여담

거기에 이 전세형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상 공실이어야 해서 우리 단지에 일부 세대만 공급이 되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29평방미터형 방에 거주 중 이었고, 36 평방미터로 이사 계획이었지만, 36 평방미터는 공실이 8개밖에 안 나왔다. (11월 말 쯤에 LH 대구 서부권지사에 문의를 했을 때는 현재 해당 단지는 11/16 공급 예정이었지만, 본사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가 되었고, 공실이 매우 많아서 금방 공고가 날 것 같다는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공급이 많은 편이라고 해도 36형이 8개를 많다고 했을까...)

이사 계획을 미루는 것이 좋을 지도 고민 중이었는데, LH에 문의를 해보니, 국민임대 공급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세형으로 공급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마 한 동안은 전세형으로 공급이 나갈 것이라고 해서 일단은 울며겨자먹기로 이번에 써 볼 생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36 평방미터에 쓰는 것은 계약 조건상 전혀 좋아지는 것이 없고 (보증금, 월세, 계약기간, 공급 호실 수, 동호수 지정 불가 등) 손해만 보는 것 같아서 아예 그래도 이 제도를 통해 이득을 보기 위해 1인 세대는 지원할 수 없었던 46평방미터에 지원을 할 생각이다. 어차피 보증금 떼일 걱정도 없으니 영끌해서 보증금 다 박으면 월세, 관리비, 인터넷, 가스비 등 다 합쳐서 월세 30 이내에는 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뭐 크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결론

지방 거주자로서는 오히려 공급 조건이 안 좋아지게 된 정책이다. 수도권 입장에서는? 분명 시세보다 싼 값에 입주는 가능하겠지만 공급이 매우 적다. 우리 지역 같은 지방의 공실들을 다 모아서 약 1만 5000가구라고 홍보하는 꼴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인데, 지금 전세난이 심각하고, 전국적으로 집값이 폭등하는게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금 당장 4~5년 살 곳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이 사람들에게 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싼 값의 전세, 월세를 공급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대학교 2학년 때, 그래도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니니까 박사과정까지 꾸준히 돈을 모으고, 주택청약도 들어놓으면 취직 후 대출까지 받으면 나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주택청약을 가입했었다.

적어도 나는, 벌써부터 졸업 후 수도권에 취직한다면 내 집 마련의 꿈이 없어진 것 같아서 절망스럽다. 거주지가 수도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더욱 절망스러운 상황이다. 약 4년 정도 몸 담을 거주처가 아니라 내가 오랫동안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는 집을 원하는게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정책으로 뭐가 해결되는 것인지 무식한 공대 대학원생의 머리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수요가 많으면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 원리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대학교 교양시간에 배웠다. 계속 규제를 하고 거의 전국의 광역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만들고, 공공주택 공실을 전세로 공급하는게 근본적인 공급을 늘리는 해결방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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