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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한 잡념

2023 WBC의 아쉬움 (김광현의 마지막 국제 경기가 이렇게 끝나는 건가?)

개루프이득 2023. 3. 12. 16:25

방구석 전문가의 개인적인 푸념입니다. 반박시 님 말이 다 맞음


올해 WBC는 사실 기대가 많았었다. 6년만에 열리는 대회이기도 하고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대회에 참여하는 분위기에, 우리나라도 2루, 유격 센터라인에 모두 현역 메이저리거가 선발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8강 2라운드까지는 무난하게 갈 것이라고 기대했고 예선전의 일본 뿐만 아니라 8강부터 세계적인 선수들과 우리 KBO 선수들이 경쟁하는 것을 볼 수 있겠다는 것에 흥분되었다.

사실 대회 개막 전 부터 시끌시끌 했다. 추신수의 발언 때문인데, 사실 WBC 대표팀에 안우진이 선발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야구팬으로서는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 이번 WBC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관전포인트는 리그 탑 영건 투타인 이정후, 안우진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절반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폭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무겁고, 또 아직 피해자 전체와 합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하니 안우진이 제외된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 국대 투수진을 보면 안우진의 빈자리가 너무 큰 것 같지만...)


개막 호주 전 패배, 일본전 참패...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일본전 경기를 놓고 보면 명백한 투수진의 수준차이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일본전의 경우 선발 김광현, 원태인, 그리고 콜드게임을 막기위해 나온 다음 경기 선발 투수(...) 박세웅을 빼면 모든 투수가 흔들렸다. 심지어 "광현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 투수의 기둥이었던 양현종도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되는 호주전에 3타자 상대 아웃카운트 없이 3실점 물러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팀적인 상대분석 및 투수운영에 대한 계획이 전혀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진 두 경기를 복기해보면, 호주의 경우 의외의 선수를 선발로 내보냈다. 심지어 그 투수는 2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바로 투수교체가 이루어졌고, 계획한 투수운영이 나왔다. 일본의 경우는? 예선전 선발투수 투구수 65구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경기를 선발 2명의 원플원으로 로테이션을 운영 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우 투수 15명 중 전문 불펜은 5명, 10명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투수로 구성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외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전력분석을 통해 일본처럼 예선 4경기에 대해 1+1 로테이션을 확정하고 선발투수들은 자신의 루틴에 맞게 준비를 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단기전이라고 해도 자신의 루틴을 가지고 선발 투구를 준비하던 투수들이 불펜대기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호주전의 안일한 투수운영으로 호주전 4회부터 불펜대기를 하던 김광현이 일본전 선발로 나오고 초반에는 선방을 했지만,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불펜에서 무너진 투수들은 대부분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선수들이었다. (호주전 소형준, 양현종,  일본전 김윤식, 구창모, 이의리) 이걸 단순히 한국 투수들의 수준 부족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계획없는 투수운영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SK/SSG 팬으로 역대 팀 레전드 선수를 물어보면 최정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고,

팀 최고의 프렌차이즈 스타 / 슈퍼스타를 물어보면 김광현이라고 할 것 이다.

적어도 소속팀에서의 기여도로는 꾸준함으로는 리그 역사상 최고인 최정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김광현은 항상 임펙트있는 장면의 주인공이었고, 국가를 대표하는 국제형 투수로 성장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아직도 김광현의 2007년 한국시리즈 충격적인 호투,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일본전 호투를 기억할 것이다. 약 15년 전 부터 김광현은 소속팀, 국가대표의 에이스였고, 여전히 국가대표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에 호출되었다.

이제 나이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이 경기가 국가대표 김광현의 마지막 국제전일 확률이 높고, 예선 탈락이 확정되면 WBC 일본전 경기가 어쩌면 국가대표 은퇴경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대회에서 이강철 감독은 김광현을 불펜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했고, 실제로 호주전에 4회부터 불펜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호주전 패배 직 후 바로 다음날 일본전 경기의 선발투수로 김광현을 지목했다.

선발 루틴이 워낙 까다롭기로 유명한 김광현인 만큼, 그 기사를 접하자마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약 15년 간 국가대표 에이스를 책임졌던 투수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를 이런식으로 올라가게 되고, 당연히 선발로 준비가 잘 되어있을리가 없으니, 그 투수가 높은 확률로 국민들의 욕받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나온 김광현은 누가 봐도 120% 이상으로 피칭을 이어갔다. 야구를 최근까지 본 사람은 알겠지만, 김광현이 예전처럼 삼진을 잡기보다는 맞춰잡는 위주의 피칭으로 변해가고 있었는데, 일본전에서는 예전의 10~15년 전의 김광현을 보는 것 같았다. 2이닝을 5개의 삼진으로 완벽하게 일본 타선을 막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뭔가 울컥하기도 했다. 

 

누구도 김광현의 피칭을 보고 비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해도, 국가대표 에이스의 마지막 경기가 "대참사"의 패전투수로 기록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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