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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루프이득의 블로그
누리호 발사를 보고 나서 쓰는 위성 사업에 대한 간략한 정리 (1) - 누리호 발사가 왜 중요한가? 본문
오늘 10월 21일 100% 국내 기술로만 개발, 제작된 누리호의 첫번째 발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발사 성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발사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이렇게 항공우주산업에 관심을 갖게 될지는 정말 몰랐는데, 전공 분야가 위성통신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아졌고, 위성통신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 입장에서 본 누리호 발사, 그리고 위성사업, 특히, 국내 위성사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한다.
가장 먼저 누리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3차발사체와 위성 더미까지 정상적으로 분리가 된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발사체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발표에서는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는 성공했지만 궤도 집입에는 실패했다고 전달이 되었는데, 이는 3차 발사체가 궤도면에 운동을 하면서 지구의 탈출속도에 맞게 위성을 분리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궤도 진입 자체를 실패한 것은 위성의 속도가 부족하거나, 너무 빠른 상태에서 분리가 된 것 같다. 사실 위성 더미가 아닌 자체에서 통신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위성을 올렸다면 위성에서 오는 신호를 통해 그 원인을 조금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더미위성이다보니 궤도에 못 오르고 추적을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인 발사체가 아닌 위성발사체를 국내 자체개발을 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위성통신 분야에 있다보니 일단 내 입장에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이번 위성의 목표궤도는 700 km였다. 통상 저궤도 위성이라고 해서 많은 나라들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올리고자 하는 200 km ~ 1,400 km 정도의 고도에 속하는 궤도이고, 이는 국내 위성 연구의 지향점 역시 이 저궤도 위성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저궤도 위성은 기존의 정지궤도 위성 (고도 약 36,000 km)에 비해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서 낮은 지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문제는 저궤도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이번 발사 더미위성의 경우도 궤도에 진입을 한다면 원궤도로 7.5km/s의 속력으로 궤도운동을 할 예정이었는데, 이에 따라서 하나의 위성이 정해진 지역을 서비스 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보통 하나의 저궤도 위성이 정지해있는 지상에 서비스 가능한 시간을 10분 내외정도로 본다.) 거기에다가 위성이 지구를 같은 궤도로 공전을 하더라도 지구 자체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좁은 지역이라도 위성으로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성들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가장 많이 아는 SpaceX starlink의 phase 1 위성의 경우 32개의 궤도면에 총 1,600 개의 위성을 올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서 한반도에 위성서비스를 하고자 한다면, 정해진 시간에 한반도 상공에서 통신이 가능한 위성은 총 약 150개 정도가 되며, 위성을 이용해서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1,600개의 모든 위성을 다 사용해야 하게 된다. (출처: 내 컨퍼런스 논문)
즉, 위성이 빨리 움직에서 위성간에 handover를 어떻게 해줄거냐, 이런 문제는 둘째치고 이 좁은 한반도 안에서만 연속적인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고 해도 1,000개가 넘는 위성들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를 위해 1,000개가 넘는 위성들을 직접 올릴까? 그럴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낮을 것 같다(일단 우리나라는 지상망이 너무 잘 깔려있기도 해서 위성 통신의 필요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떨어지기도 한다.). 분명, 지금과 같이 발사체 실험, 그리고 위성 장비에 대한 테스트는 지속적으로 국가에서 진행을 하겠지만, 이를 우리가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능한 시나리오는 미국의 위성들이 미국 서비스지역이 아닌 우리 상공을 돌 때는 사용을 할 수 있도록 라이센스 계약을 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면 로밍없이 전지구적으로 통신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즉, 위성 통신 전공자 입장에서는 국산 발사체 개발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이번 발사는 매우 중요한 발사였다.
그 이유는, 일단 1t 이상급의 발사체를 자체기술로 발사 할 수 있는 국가가 지금 6개 국가 뿐이고, 이 기술은 절대로 수입/수출이 불가능한 기술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SpaceX는 화성도 갔다온다고 하고, 발사한 1차 발사체를 다시 그대로 세우면서 회수시키는 기술까지 개발되는 등 우주산업 선두주자들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기술은 우주산업을 키워가기 위해서는(인공위성 통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달 탐사, 심우주 통신, 우주 탐사, 국방 등) 반드시 자체적으로 개발이 되어야 하는 기술이기에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다.
극적인 예를 든다면, 국방력의 차원에서 지금과 같이 궤도에 위성을 띄우고, 그 위성을 탄두로 만들어서 원하는 위치에서 낙하를 시킨다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될 수도 있는 기술이고, 그 탄두에 핵이 들어간다면 핵 미사일이 되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더 깊은 우주로의 탐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발사체 기술은 넓은 분야에서 사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달궤도 망원경을 띄운다, 달탐사를 간다 등의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러한 점에서 발사기술의 보유는 매우 중요할 수 있고, 다만, 1t 이상급의 발사기술을 갖춘 국가는 많지 않지만, 300~400kg급의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나라들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cube-sat 등 작은 저궤도 위성의 배치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비록 이번에 목표 궤도는 700km의 저궤도였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이 누리호를 시작으로 더 큰 비전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확인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처음 대학원 들어올 때는 위성 통신은 거의 아무도 안 하려는 분위기였고, 연구실 내에서도 위성으로 시작해서 빨리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통신 자체에서 위성에 대한 관심이 정말 거짓말처럼 높아지고 있고(요즘은 오히려 지상망 연구를 하던 교수님들이 위성연구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우주사업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고, 내가 잡은 줄이 썩은 동아줄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안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1, 2부로 나눠서 쓰도록 하겠다. 2부에서는 왜 이렇게 위성이 핫해졌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세계적인 위성사업의 진행 추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2023년이 되어서야 올리는 2부 후속작: https://openloopgain.tistory.com/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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