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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루프이득의 블로그
논문 읽는 법 본문
매일 수없이 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석/박사를 하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연구분야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계속해서 논문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논문은 전공자가 읽기에도 어려운 경우가 많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거기에다가 우리들 같은 경우는 영어라는 큰 장벽이 또 한 번 논문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우리를 막고 있을 것이다.
처음 대학원 들어오면서 선배한테 배우기도 하고, 또 논문 읽는 법이라는 논문을 통해 배우기도 한 나만의 (아니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식으로 논문을 읽고 있을 것이다.) 논문 읽는 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 부분이 논문을 효율적으로 읽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논문을 읽기 때문에 논문을 작성 할 때 어느 부분에 신경써서 writing을 해야 할지에 대한 통찰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논문 읽기란 정답은 없으니, 개인에 맞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나는 사실 글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고, 책은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라 논문 한 편을 끝까지 읽을 끈기나 집중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논문을 읽는 방법이 더욱 필요했다. 한 편의 저널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개 이상의 논문을 보게 된다. 하지만, 사실 내가 읽는 논문들 중에, 논문의 technical한 디테일들까지 모두 이해를 하며 A-Z를 읽는 논문은 10%도 되지 않을 것 같다. 논문을 효율적으로 읽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논문을 걸러내는 것 이다.
논문을 읽는 목적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크게는 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 그래고 연구를 진행하다가 생기는 문제에 대한 technical한 방법을 참고하기 위해서 정도 일 것 같다.
1) 일단은 그 분야에 대해 처음 공부를 시작한다면,
원하는 키워드로 논문을 검색한다. (보통은 구글 스칼라를 가장 많이 쓴다.) 대학원생인 만큼 간단한 검색식은 알고 있으면 더욱 좋다.
그리고, 나는 가장 최근의 해당분야 서베이논문 또는 매가진 논문을 찾는다. 처음 공부하는 분야의 technical report(저널, 특히, transactions 시리즈)들을 찾아봤자 어차피 이해를 못 하기 때문에, 서베이 논문을 찾아서 그 분야의 큰 흐름을 잡고, 거기서 관심있는 부분의 레퍼런스를 따라가면서 구체화시킨다. 이 작업을 하다보면 많이 보이는 키워드, 또는 저자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논문들을 계속 찾아나간다.
2) 레퍼를 타고 와서 논문을 보고 있거나, 특정 목적으로 논문을 읽는다면,
대부분 논문을 읽는 것이 이 경우에 해당이 될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논문이 내가 원하는 논문이 맞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은 빠르게 논문의 abstract, introduction, conclusion을 읽어본다. 그러면 대략적으로 이 논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고, 어떤 결과를 얻었으며,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이 논문은 스킵하고, 다시 원하는 논문을 찾아보게 되고,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볼 가치가 있을 것 같으면, 다음으로는 논문의 그림들과 그래프들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이 논문이 가정하고 있는 시나리오와, 어떤 평가 메트릭을 통해 어떠한 결과를 얻었는지 파악한다. 그 분야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다 보면 사실 실험 세팅과 결과 그래프만 봐도 이 연구가 어느 정도 수준의 연구인지 가늠이 간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이 논문에 대해서 다음단계로 넘어가서 더 읽어볼 가치가 있을지 판단한다.
그 이후에는 일단 저널 논문이라면 related work 부분을 읽어본다. 운이 좋다면 저자가 비슷한 분야의 최신 연구들을 정리해놓았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음의 양질의 참고 논문을 얻을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는, 이 논문을 전체적으로 쭉 읽으면서 이 논문에서 얻고자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세세한 수식이나 technical한 디테일들은 굳이 모두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부분만 캐치를 하려고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논문을 스캔하면서 읽으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논문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연구를 하다보면 이런 방식만으로 논문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3) 내 연구의 타겟 논문, 또는 내가 리뷰어가 되어서 논문 리뷰를 한다면,
이런 경우는 내가 해당 논문을 이해하고 직접 구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될 정도로 이해를 해야한다. 나같은 경우는 논문을 읽으면서 문단, 또는 서브섹션 별로 내용을 정리하고, 중간중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나 연구의 한계점, 내 시나리오와 다른 점, 차별화를 둘 수 있을 것 같은 부분 등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두면서 논문을 읽는다.
이 경우는 사실, 수식 한 줄 한 줄 까지 모두 이해를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 사실 모두 이해를 해야하기 때문에 요령 없이 논문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으며 그 논문의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논문 리뷰의 경우는 개인적으로는 피어 리뷰 논문의 연구 윤리상 무조건 시간이 걸려도 이렇게 해야한다고 보고, 결국에는 내 연구의 타겟 논문이라고 착각해서 다른 논문을 자세히 읽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이정도 까지는 사실 영문으로도 많이 나와있는 논문 읽는 법에서 다들 하는 이야기이고, 우리는, 아니, 나는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유려한 영어로 표현되어있는 전문용어를 이해하는 것 조차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고, 이걸 다시 보면 또 영어를 읽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래 나는 샤프 한 자루만 쓰는 편인데 논문을 읽을 때는 형광팬들을 함께 사용한다.
처음에는 3색을 썼었는데, 지금은 초심을 잃어서 2색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이다.
빨간색 형광팬: 논문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들 표시
노란색 형광팬: 모르는 단어 표시, 아래에 뜻 적어놓기파란색 형광팬: 좋은 문장 표현 표시
이렇게 하면 읽으면서 이해하기 좋고, 나중에 다시 볼 때는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들을 쭉 보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리마인드가 되며, 노란색 표시를 해둔다고 그 단어를 나중에 다시 보며 외우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렇게 반복적으로 표시를 하고 쓰는 것만 해도 꽤 도움이 된다. 그리고 처음에 연구 의욕이 넘칠 때는 나중에 논문을 쓸 때 다른 논문들의 좋은 표현들을 참고하기 위해서 그것도 표시를 해놨었는데, 이건 결국 나중에 다시 찾아보지 않게 되서 지금은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읽은 논문을 예시로 보여주면 다음과 같이 읽고 있다.
이렇게 보르는 단어와 중요한 부분들을 체크하면서 빠르게 abstract, introduction을 읽어봤다. 이 논문의 경우는 내 연구분야와 비슷하기도 하고, 연구실 세미나 주제로 발표하기 괜찮을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히 읽어봤다.
읽을 때는 이런 식으로 수식에서, 또는 가정에서 의문이 생기는 부분들을 체크하면서 읽고 있다. 이러면, 이 연구의 취약점을 파악하기 쉬워지고, 이는 더 나아가 향후 연구의 방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별거 없는 논문 읽는 법을 마무리한다.
연구자는 종합 예술인이라는 말이 있다. 연구도 잘 해야하고, 그림도 잘 그려야 하며, 글도 잘 써야 하고, 발표자료를 만들고 발표도 잘 해서 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1저자가 이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자 진행하게 된다. 논문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이 종합 예술인이 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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