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팀 선수지만... 강백호에 대해서...
거의 15년 째 SK/SSG의 팬이자 야구팬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물어보면 당연히 숨도 안 쉬고 최정이라고 대답을 한다.
질문을 조금 바꿔서, 우리팀 외의 선수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이 선수의 데뷔시절부터 난 강백호라고 했다.
이정후 vs 강백호의 논쟁이 있을 때도, 두 선수 모두 고점일 때를 생각하고,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면 나는 무조건 강백호 같은 야구선수를 가장 선호한다. 전형적인 이대호, 박병호 같은 빅가이의 거포형 타자는 아니지만, 풀스윙으로 언제라도 담장을 넘길 수 있으며 컨택능력을 겸비한 선수는 분명 매력이 있는 선수이다.
고교시절부터 "이도류"로 주목을 받으며, 데뷔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하는 모습을 보고, 이 선수가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을 이어서 향후 15~20년 정도는 대한민국의 중심타선을 책임질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을 했고, 아직도 그 믿음은 변함이 없다.
데뷔시절부터 이런 주목을 받고, "10년 이상 국가대표를 이끌어갈 1루수감"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팀 사정과 맞아서 고교시절 투수/포수로 뛰던 강백호는 어린 나이에 1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하기도 했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그 자리에서 경기를 뛰는 것 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충분한 올림픽 경기에서 강백호의 시련은 시작되었다. 올림픽 내내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도 않았던 상황에 동메달 결정전 승부가 거의 패배쪽으로 기운 상황에 강백호가 덕아웃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껌을 씹고 있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 장면에서 박찬호 해설위원이 비록 경기에 뒤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해야한다. 저런 껌씹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일침을 날린다. 이 뒤에도 중계가 끝난 후에도 후속 인터뷰 등에서 박찬호의 강백호 지적은 몇 차례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이게 개인적으로 박찬호 위원의 상당히 무책임한 언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우리 선수가 격려를 받고 응원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도 모자란데, 한 명의 "국민 밉상", "국민 역적"을 만드는데 앞장을 서는 것 같았다. (오열사 저는 당신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으로 강백호는 대중들에게 그냥 소위 말해 화풀이, 욕받이 대상으로 찍히게 된다.
글쎄...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껌 씹고 있는걸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수비 상황에 덕아웃 대기를 하고 있는 선수가 어려워진 팀 상황에 대해 허탈해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심지어, 이 장면이 인플레이 상황도 아닌 투수교체 중에 찍힌 장면이었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잠시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그런 팀의 토너먼트 탈락이 확정적인 상황에 누구처럼 덕아웃에서 히히덕 거리면서 웃고 있는 것이 욕을 먹어야지...(놀랍게도 실제로 이런 선수도 있었습니다...) 저렇게 본인도 열심히 했을 텐데 잠시 허탈하게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설이 대놓고 지적을 하고 온 언론이 비판을 해야하는 것 이었는지 모르겠다.
또한, 기본적으로 강백호같은 중심타선, 그리고 장거리형 타자들은 단기전에서 애버리지가 좋은 경우가 거의 없다. 거포형 타자들은 집중 견제를 받게 되고, 팀에서 바라는 것도 필요할 때 큰거 한 방이다보니, 대부분은 어려움을 갖게 된다. 베이징의 영웅 이승엽도 올림픽 기간 내내 극심한 슬럼프를 이겨내고 끝까지 믿어준 결과 일본전에 중요한 한방을 치고 영웅이 되었다. 2023 WBC에서 일본의 4번타자 무라카미 역시 예선전 내내 너무 안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준결승/결승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이런 유형의 타자는 단기전 기록 보다는 끝까지 믿음을 가지고 기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며, 팀 성적이 안 좋으면 그냥 안 좋은 모습 그대로 끝나는 경우도 많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국가대표에서 3,4,5번을 치는 타자들이나 거포형 타자들에게 클래식 스탯을 가지고 역적이다, 국내형 타자다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뭐 이건 야구팬 한 명의 개인적인 입장이고, 결국 이 때부터 이미 국민 밉상 비슷하게 찍힌 강백호였고, 2023 WBC에서 또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며 경기를 내주게 되니 "또 강백호야?"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미지는 굳어져갔다.
WBC 장면은 백번 봐도 강백호가 잘못한 것은 맞다. 그래도 일단은 강백호의 실수가 원인이지만, 호주의 2루수가 박수받아야하는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올림픽때부터 강백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금 과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있긴 했지만...(약간 예전의 오지환을 보는 느낌?) 국가대표의 책임감, 무게감을 생각하면, 강백호라는 선수가 자초한 문제였고, 충분히 비판을 받아야하는 플레이였고 본인도 반성을 해야했다.
진짜 문제는 최근 강백호의 소속팀에서의 패넌트레이스 경기 중 본헤드 플레이였다.
다시 리마인드를 하자면, 강백호는 투수/포수로 입단을 하고 1루수로 뛰다가 올해부터 다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지금의 수비 포지션에 익숙한 선수가 아니다. 나는 그냥 기사들 제목만 보고, 강백호가 주자 2루 상황에 안타가 나왔는데 안일한 플레이로 홈 승부를 못 한 것인줄 알았다. 그런 상황이라면 뭐 경기 흐름을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에휴 또 욕 먹을 만한 짓을 했네... 그러겠는데, 리플레이를 오늘 처음으로 확인해보니, 1루 상황에 우전안타가 나왔고, 1루주자 박해민이 3루로 가는 타이밍이 이미 늦어서 천천히 내야로 중계를 해주는 과정에서 박해민이 그 틈에 홈까지 달려든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비 숙련도가 올라가서 후속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나와야하지만, 포지션 변경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강백호였다.
이건 개인적으로 강백호가 그렇게 "과하게" 욕을 먹을 상황도 아니고, 그냥 박해민의 나이스 플레이라고 봐야 하는 것 같다.
이 장면에 대해서 모든 언론들이 기다렸다는듯이 강백호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아니, 그냥 프로 소속팀 144경기 중 하나의 시즌 중 경기에서 나온 장면으로 이정도까지 해야하나 싶다. 야구는 순간적 판단을 많이 요구하는 스포츠이다보니, 시즌을 하다보면 이런 장면은 정말 많이 나온다. 하다못해 현재 국내 현역 선수 중 최고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백전노장 추신수도 본헤드 플레이를 한다.
이걸 가지고 왜 언론사들이 강백호라는 어린 선수 한 명을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 것인지 모르겠고, 이 상황을 버티고 있는 강백호가 대단하다고까지 느껴진다.
여전히 강백호는 향후 10년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할 중심타자 중의 한 명이다. 그 선수가 실수를 할 수는 있어도, 그 선수가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는 커녕, 아예 선수 멘탈을 아예 붕괴시켜버리는 지금 이 상황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타팀 선수 중에 유일하게 데뷔시절부터 좋아하던 선수다. 강백호 때문에 가끔가다가 누군가가 세컨팀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KT라고 하고, 2020년 SK가 9위를 할 때는 KT 경기도 많이 챙겨보기도 했을 정도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아직은 성장하고 보여줄 것이 한참 많이 남은 강백호가 다시 예전의 강백호로 돌아오고, 전국민의 응원을 받는 강백호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