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6G시대와 점점 커져가는 세대간 데이터 격차
늘 고민은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주제이지만, 지난주 어떤 일로 인해 다시 한 번 깊게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실제 구현부에 있어서는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통신 네트워크 관련 선행기술을 연구하는사람으로, 늘 새로운 통신망 또는 통신망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고 이를 위한 기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3G 이후로 통신업계의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통신 연구실들에서 농담삼아 이제는 박사 6년동안 통신 기술을 공부만 해도 5G까지 모든 통신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할 정도로 통신 기술은 매우 고도화되었고, 새로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지고 있다. 이 사실은 나한테도 당연히 해당이 되며, 나도 현재 5G/6G 통신 기술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를 하는 것은 포기하고, 내 분야에 필요한 부분들만 조금씩 공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정통 통신만으로는 대학원 연구실을 운영하는게 사실상 힘들어지고, 대부분의 통신 연구실들이 이제는 AI 연구실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슬프다면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이러한 업계에서의 어려움이 아니라, 조금 더 일반 사용자들에게 가까운 문제점이다.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짧은 시간 내에 통신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통신사업자들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더욱 더 다양한 서비스들을 발굴하고 상용화하고 있다. 뭐 UAM이니, 스마트 팩토리니, 자율주행이니 하는 이런 거창한 것들 까지 갈 것도 없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예시로 들면, 20/30대 중 상당 수가 비싼 요금을 감수하더라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고, 알뜰폰 사용자들 중에서도 대부분이 월 100GB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한다.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되기 시작할 때에 35요금제 이런게 월 100MB정도의 데이터를 제공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사용하는 데이터양도 많아지면서 스마트폰 의존도도 높아지고, 이에 따라 스마트폰 사용 편의를 위한 기능들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내가 느낀 문제점은 여기서부터다. 이제는 노년층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해야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이 세대에서는 데이터 사용에 대한 수요가 정말 많아야 카카오톡 정도이다. 자연스럽게, 여전히 통신비에 월 2~3만원 이상은 투자하는 것을 꺼려한다.
지난 주말에 기변을 시켜드린 우리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고, 카카오톡 정도만 가끔 사용하시는데, 더 이상 단말기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아서 휴대폰을 바꿔드리는데, 기기를 사거나 번호이동을 하기에는 요금제의 부담이 있어서 집에 남아있는 갤럭시 퀀텀 공기계로 유심기변을 해드렸다.
이 과정에 모든 부분이 문제였다.
1. 유심 이동을 통한 공기계 개통의 경우 더 이상 공식 대리점이라고 해도 이전 기기 데이터 이동을 안 해준다고 한다.
2. 같은 갤럭시폰이라고 해도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나 그 윗세대의 경우는 데이터를 옮기고 그런거를 잘 모르시니까 그냥 대리점에 맡기시려고 하시는데, 개인정보 처리 관련 문제로 더 이상 안 해주고 지점에서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인천에는 지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내가 일렉트로마트에 가서 micro 5 pin to C 케이블을 사서 직접 옮겨드리면서 해결했다.
그 후에, 유심 크기도 안 맞아서 이건 그냥 주변 휴대폰 매장에서 유심 잘라달라고 부탁해서 해결했고, 정상 개통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다음 문제는 할머니께서 새로운 휴대폰에 적응을 하는 것 인데, 가장 큰 어려움은 휴대폰에 물리 홈키가 없어진 것이었다. 대신에 뭐 노크온으로 디스플레이를 키거나, 화면 내 버튼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편해졌다면 편해졌지만, 그건 우리 기준이었고, 내가 느끼기에는 이러한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편리한 기능이라도 추가되면 추가될 수록 더 어려움을 격는 것 같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냥 기기를 산다면 따로 매장을 안 가도 기변을 할 수 있고, 휴대폰으로 점점 많은 기능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나도 이러한 것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노년층 세대에게는 점점 그냥 휴대폰조차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돈으로 이야기를 하면 최상의 통신서비스를 위해 월 10만원 이상의 요금도 기꺼이 지불하는 세대와, 여전히 월 만원의 요금도 아깝게 생각하는 세대가 공존하는 시대가 와버렸다. 이 간격을 줄이는 것이 정말 필수적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고, 그 방법은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