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잡념

김민재와 애런 저지, 그리고 한국과 미국

개루프이득 2023. 3. 29. 20:54

난 주변 사람들이라면 다 알정도의 야덕이지만, 그래도 2002년 월드컵을 보고 자라온 세대인 만큼 해축을 챙겨보는 정도는 아니어도 A 매치는 꼭 챙겨보는 정도로 축구에도 어느 정도 관심은 가지고 있다.

 

이번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바뀐 후의 두 경기의 친선경기도 모두 지켜봤고, 결과가 좋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같은 라이트한 팬이 보기에는 시원시원하고 재미있는 공격축구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우루과이전이 끝나고 나서의 김민재의 인터뷰로 축구계가 떠들썩해졌다.

그 내용을 보면,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것과 같이, "당분간, 당분간이 아니라 지금 소속팀에서만 집중할 것입니다." 라는 발언 때문이었는데, 난 개인적으로 영상에서 보기에는 국대 은퇴 암시보다는 그냥 지금 당장은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 이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뭐 일단은 이 발언을 가지고 김민재가 젊은 나이에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야덕인 나는 이 논란 아니면 논란을 보고 미국의 한 선수가 생각났다.

2022시즌 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양키스와 9년 3억6천"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한 애런 저지이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109&aid=0004794739

 

‘4700억’ 청정 홈런왕, 왜 WBC 불참하는지 이유를 말하다. “4년 뒤에는…”

[사진] 애런 저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OSEN=한용섭 기자]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폴 골드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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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에서 처럼, 트라웃과 함께 미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이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선수이고 비교적 체력/부상 부담이 적은 타자이지만, 애런 저지는 "국가를 대표해서 경기에 뛰는 것은 영광이다. 그러나 나의 주 목표는 올해 양키스의 우승이다. 9년 계약을 맺고 나서 우선 순위는 양키스가 됐다."는 이유로 WBC 국가대표 차출을 거절했다. 이 기사를 보자마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으면 난리 났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비슷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이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76&aid=0003986067

 

"재밌긴 한데, 글쎄" 시큰둥한 홈런왕, WBC 참가 약속 안했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스프링트레이닝에 몰려든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있다. AP연합뉴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차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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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회가 끝난 후의 인터뷰를 보면, 다음 대회의 참가의지도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애런 저지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미국 내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저런 이야기를 눈치를 보느라고 못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김민재 논란에서 알 수 있 듯이, 우리나라 정서로는 아직 받아드리기 힘든 것 같다. 결국 김민재는 논란이 커지자 개인 SNS로 사과문을 올렸다. 그 사과문 일부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어제의 인터뷰로 제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 49경기는 없어졌고 태극마크의 의미와 무게와 모든 것들을 모르고 가볍게 생각하는 선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절대 아니다. 설령 진짜로 지금 당장 국가대표 은퇴를 한다고 해도, 그간의 국가대표 경기들까지 저평가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선수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지금까지의 태극마크를 달고 뛴 49경기에 대해 박수를 보내주고, 그가 그간 달았던 태극마크의 무게에 대해 존중을 해주며,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응원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태극마크의 의미와 무게를 아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지난 기간동안의 기여는 존중받고 박수를 받아야하며, 훌륭한 기량이 있는 선수라고 해서 태극마크의 자리가 강요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선수가 범법행위를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본인이 느끼기에 "어제의 인터뷰로 제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 49경기는 없어졌고" 라고 표현을 하는 부분이 너무 마음이 아펐다.

 

이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나도 마음 속에는 그래도 국가를 위해 기여를 하는 것에 대한 동경심(?)이 있고, 한동안 연구자로서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위해 기여하는 길이 될지를 고민을 했었다.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개인 커리어의 목표가 자신의 위치에서 국가에 기여를 하는 것인 사람들도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애국심, 국가를 위한 기여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심하게는 강요되는 분위기는 사라져야한다고 본다.

개인의 입장에서, 지극하게 개인주의적 시점에서 보면, 국가를 위해 기여를 하는 행위가 본인의 커리어나 평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어야 나설 수 있는 것이고, 그게 기회비용과 비교해서 크지 않다면 애런 저지와 같이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괜히 여론 의식을 하면서 "언젠가는 국가대표로 기여를 하고 싶다." 라고 이야기만 하다가 혜택만 받고 국가대표 차출을 커리어가 끝날 때 까지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미루는 듯하게 보이는 프로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비판을 받기도 하며, 심지어 국가대표로 혜택을 받은 대회의 활약이 조롱거리처럼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난 이게 욕 먹을 일인가 싶다. 혜택만 받고 더이상은 국가의 부름을 안 받는다 하더라도, 혜택을 받은 이유는 그 때는 그만한 기여를 확실히 하고 국위선양을 했다는 뜻이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았던 것인데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나라에서 해준게 얼만데~, 혜택만 받고 안 나오냐~ 이런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눈치라도 안 봤으면 차라리 팬도 선수도 더 마음 편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김민재의 발언을 두고 그래도 이해는 간다는 여론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우리도 이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이상 연구하기 싫어서 별의 별 잡생각들을 하면서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이었다. 에휴... 논문이나 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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